3월 26일 오늘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1주년입니다. 일본인들은 이토 히로부미가 죽은 날짜와 시각에 맞춰 26일 오전 10시 경에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그래야 이토 히로부미의 혼령을 위로할 수 있다는 미신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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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월 26일은 이승만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10월 26일이 안중근의 의거일이자 박정희의 사망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교로운’ 우연입니다. 이 때문에 이승만 정권 때에는 정부 관계자가 안중근의사 추모식에 참석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추모하는 사람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아야 했습니다. 이승만과 그의 측근들은 이승만의 ‘생일날’이 안중근의 ‘제삿날’로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안중근 의거 50주년인 1959년, 전창근이 감독과 주연을 맡아 당시로서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인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을 만들었습니다. 안중근 순국일인 3월 26일에 개봉한다고 광고까지 했으나, 개봉 예정일 직전에 개봉을 연기한다고 다시 광고를 냈습니다. 스태프 일동 명의의 광고문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 절대로 다른 이유는 없다”는 내용이었지만, ‘정권의 압력’이 있었음을 폭로한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거두자, 정치깡패 임화수가 이끌던 ‘반공예술인단’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3.15 부정선거를 앞두고 전국 거의 모든 극장에서 ‘무료상영’됐습니다.

 

안중근 동상도 1959년 3월 26일에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외부의 압력’으로 연기됐습니다. 안중근 동상을 세우자는 운동은 해방 직후에 시작됐지만, 동상 건립은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남산에 이승만 동상이 선 뒤에야 실현됐습니다. 위치도 처음에는 장충단, 조금 뒤에는 서울역 광장으로 정했으나, 정부는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이승만 동상 아래, 잘 보이지도 않는 곳(지금의 숭의여대 자리)에 세우도록 했습니다. 

 

같은 해 6월, 이승만 정부는 김구의 묘와 안중근의 가묘(假墓)가 있는 효창공원 옆에 운동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김구 선생 묘 옆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웃고 떠들게 만드는 것은 해도 너무하는 일”이라는 여론이 있었으나 정부는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이승만과 김구, 안중근은 모두 황해도 사람이었습니다. 김구와 안중근은 10대 시절 한 집에서 산 적이 있었고, 안중근 의거 후 김구는 그를 ‘혁명가의 모범’으로 칭송했습니다. 안중근의 동생과 조카들도 김구와 함께 일했고, 이봉창 윤봉길이 속했던 ‘한인애국단’ 본부는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의 집이었습니다. 반면 이승만은 안중근 의거 직후에도 “세계 각국이 비폭력을 주장하는 세상에서 암살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그를 비난했습니다. 김구는 안중근의 정신을 계승하려 했고, 이승만은 그의 정신을 배척했습니다.

 

안중근 의거로도 망국(亡國)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안중근은 허무하게 죽은 게 아닙니다. ‘물질주의자’들은 “안중근이 이토를 죽여서 나라에 무슨 보탬이 됐느냐?”고들 하지만, 안중근이 쏜 총탄은 이토의 가슴뿐 아니라 나라야 어찌되든 별 관심 없던 한국인의 '정신'도 꿰뚫었습니다. 안중근의 의거가 있었기에, 대다수 한국인이 일진회 등의 토착왜구들과 안중근 사이에서 자기 위치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졌기에, 독립을 향한 꿈을 계속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안중근과 이승만을 모두 존경한다는 사람이 많지만, 이승만은 안중근의 정신을 배척했고, 안중근도 이승만의 정신을 용납하지 않았을 겁니다. 둘의 정신을 모두 간직했다간, 자기 정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안중근 순국 111주년이자 이승만 출생 146주년입니다. 안중근의 순국일과 이승만의 생일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할지도, 안중근의 정신과 이승만의 정신 중 어느것을 계승할지도, 모두 스스로 ‘선택’할 문제입니다.

 

- 카톡방에서 어느 논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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